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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중국적인 것’의 악마화
대학 캠퍼스 어디에서나 중국어가 들린다. 중국 유학생, 이들은 대체로 강의실 맨 끝에 앉아 있고, 시험에서는 백지를 낼 때가 많으며,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이 학생들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다. 중국인 유학생을 강력히 유치한 주체는 ‘글로벌화 점수’를 통해 대학 순위를 높이고 싶었던 한국 대학이다. 한국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은 거의 완전히 소
글: 문강형준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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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지켜지기를
수능이 연기됐다. 꿈이 아니었다. 사실 꿈에서야말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난 아직도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수능 보는 꿈을 꾼다. 레퍼토리는 한결같다. 다시 학생이 된 나는 들떠서 학교에 간다. 친구들과 신나게 논다. 누군가 갑자기 내일이 수능날이라고 말한다. 가만 보니 다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여기서 1차 멘붕. 발을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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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달리는 당신, 슬럼프는 없다
보통 ‘슬럼프’는 스포츠나 예술 분야 종사자의 기량이 일시적으로 정체에 빠진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 이 슬럼프가 게으름이나 무기력을 뜻하는 일반 용어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경우에 “요새 슬럼프야”, “인생이 슬럼프야”라는 자책 어린 표현을 한다.
슬럼프는 그저 할 일을 안 하는 불성실한 상태가 아니다. 옛날 옛적, 누구나 일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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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눈을 마주치고 난 후
20년 전의 일이다. S는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트랜스여성이었다. 페미니즘 모임에 나타난 S는 짧은 머리카락, 화장기 없는 얼굴에 바지 차림이었다. S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소개했고,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S의 존재가 낯설었다. 어느 날 S와 잘 지내던 A가 S에게 고백을 받았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나는 기어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걔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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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겠다는 것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2017)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스카우트>(2007)를 연상케 한다. 일상과 역사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도 그렇고, 전반부의 코믹함과 후반부의 진지함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도 그러하며, 외부에 있던 관찰자가 내부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변화한다는 설정도 그렇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한
글: 문강형준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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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말하는 것이 시작이다
한달 전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복받치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엉엉 소리내 운 경험이 있다. 그렇게 아프고 기쁜 감정을 오롯이 분출해본 것도, 그토록 순수하고 건강하게 기분이 고양된 것도 참 오랜만이라 극장을 나오면서는 ‘그래, 좋은 영화를 만나는 기쁨이 이런거였지’ 하는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꼈다. 모든 건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옥분(
글: 윤가은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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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어떤 곳의 어떤 대화들
미국 중북부의 한 도시에 두달 넘게 머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국의 1년보다 더 많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오해를 살까봐 말하는데, 한국에서 나는 왕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곳의 친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간혹 초대를 받아 모임에 갔다. 이때 대화 상황은 대부분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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