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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더듬이, 트랙을 더듬다유년 시절부터 그는 ‘소리’에 관한 더듬이가 남달랐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악보를 보면 노래를 부를 줄 알았고, 노래를 들으면 악보에 옮겨 적을 줄 알았다”. 물론 누구도 그를 신동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그 역시 “남들도 그 정도는 다들 하는 줄 알았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마냥 좋아서” 건축가를 꿈꿨던 시절, 그래서 스무살 언저리에 한양대 공과대학에 진학하는 수순을 밟았던 그는 대학연합노래모임 쌍투스에 몸담으면서 숨겨둔 장기를 발휘한다. 통기타 연주와 보컬을 도맡게 되고 이때부터 서클룸에서 기거하다시피 하며 악기 연주와 편곡에 빠져들었다.그때만 해도 ‘우연한’ 곁눈질이라고 여겼다. ‘예정된’ 길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 그가 사운드 레코딩과 조우한 것은 대학 졸업 뒤 김도향씨가 대표로 있던 서울오디오에 입사하면서다. 명상음악가로 알려진 김씨는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의 히트곡을 부르기도
사운드 맡은 ‘국보급’ 사운드 수퍼바이저 김석원 스토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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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깎고, 만지고, 섞는다<유령> 역시 그가 진땀을 뺀 영화 중 하나다. 거개가 세트 촬영이었으니 현장의 노이즈 중 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곽지균 감독이 <심연>이라는 영화를 기획하고 있을 당시 진해에 가서 잠수함 시뮬레이션을 경험해본 것이 사전지식의 전부였다. 오죽 답답했으면 “마누라 빌려달라”는 어이없는 부탁이나 다름없는 줄 알면서도 <크림슨 타이드>의 제작진을 찾아갔을까. 그들이 고가의 매물로 내놓은 사운드가 상투적인 것임을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불쑥 오기가 생겼다. “그래 직접 해보자.”풀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이퀼라이저를 이용해서 깎아내고 다듬어서 심해의 기본 느낌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2시간 내 이어지는 똑같은 물 속 소리를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들려주느냐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음원이 가깝고 먼지 구분할 수 있는지부터 곰곰이 생각해봤다”는 그는 각종 잔향들을 고려
사운드 맡은 ‘국보급’ 사운드 수퍼바이저 김석원 스토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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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작업은 불필요한 것은 들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워넣는 일종의 성형수술. <YMCA야구단>의 경우 시대배경이 20세기 초라 자동차 소리는 무조건 ‘NO’. 허한 공간을 채울 “깔끔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이제 한반도 어딜 가도 채집하기 힘들다”는 김창섭(31) 팀장은 고등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사운드 세계에 매료됐다. 효과 전반을 담당하는, 블루캡의 중간보스이기도 한 그는 전자공학과 출신. 졸업한 뒤 곧바로 블루캡에 입문했으며, “영화의 반은 소리다”라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말을 제1원리로 삼고 있다. “처음엔 겉멋이 들었는데, 이제는 감독의 연출의도를 따라가게 된다고”. 국내에 단 2명밖에 없다는 ‘폴리 아티스트’ 김학준(32)씨는 현재 영진위 소속의 8년차 용병. 화면을 보면서 프레임 내 인물들이 내는 소리를 비롯한 각종 소리를 그대로 재현한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소리가 아닌 직접 몸과 아이디어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폴리에 마음이 꽂혔다
[김석원스토리] 블루캡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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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를 처음 입 밖에 내본 것이 열여덟살 때다. 마드리드에서 자랐다는 늙은(이라고 해봐야 스물일곱이었지만) 대학생(물론 한국 대학생이다)한테서 <에레스 뚜>라는 노래를 배우면서였다. 스페인 출신 6인조 그룹 모세다데스의 출세작인 이 노래는 가사의 통사 구조가 치명적으로(라는 말은 별뜻이 없다. 그저 ‘매우’의 강세어일 뿐이다) 단순하다. 영어로 치면 be 동사의 직설법 현재 2인칭 단수 형태, 곧 are에 해당하는 ‘에레스’가 가사에 등장하는 유일한 동사다. 노래는 너(‘뚜’)에 대한 치명적으로 소박한 찬사를 치명적으로 밋밋한 직유에 싣고 있다. 너는 여름 아침 같다, 너는 내 두 손의 서늘한 빗물 같다, 너는 내 샘물 같다, 너는 밤의 기타 소리 같다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노래를 익히며 나는 한 미지의 언어에 치명적으로 매혹돼버렸고, 그래서 그 늙은 대학생으로부터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교재는 <Spanish without Toil>이라는 책이었다
아저씨,<작별>의 아름다운 주제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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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앨런 콜린스의 생동감 넘치는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샘 멘데스가 연출한 <로드 투 퍼디션>은 그리스 비극을 동경하는 싸구려 통속소설 같은 것이다. 대공황시대를 배경으로 음침한 시카고와 삭막한 중서부를 오가며 서로에게(그리고 서로의 아들들에게) 접근하는 갱스터들의 음울한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비를 만들어 뿌리느라 살수차는 쉴새없이 가동된다.가공할 킬러 마이클 설리번 역에 톰 행크스를 기용했는데 그 갱 타입에 딱 걸맞은 것 같지는 않다. 행크스가 연기하는 설리번은 “죽음의 천사장”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무시무시했던, 콜린스가 묘사한 대로의 킬링머신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기품있고 위엄있어 보이긴 하다. 어쨌거나 이 음울한 가장은 갈수록 적들이 많아져 끝으로 가면 거의 오우삼 영화의 주인공만큼이나 많은 적들을 한꺼번에 맞이해야 하는데, 멘데스 대신 오우삼이 이 야단법석 영화를 맡아 연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로드 투 퍼디션>은 어린 아들을 따
<로드 투 퍼디션>의 액션과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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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의 머리(=콘텐츠)에 블록버스터의 몸통이라…. 영화는 한켠에는 나비처럼 가벼운 시구가 작가주의로 자리하고, 다른 한켠에는 태산처럼 육중한 자본이 산업으로 버티며, 양립불가능한 지형을 ‘기괴하게’ 형성한다.관객은 세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첫째, 싸구려 키치와 감독의 잰 체하는 악취미에 토악질이 나는 관객군. 둘째, 몇몇 장면들에서 나름대로 재미도 느꼈으나,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아리송한 관객군. 셋째, 게임이고 <금강경>이고 다 용서가 가능한데, 도대체 이 영화가 100억원짜리로서 가치가 있는지 반문하며, 제작환경 악화를 심히 우려하는 관객군.첫 번째 관객군에 이 글은 토악질만 가중시키므로 부디 읽지 말 것을 권고드린다. 이 글의 목적은 두 번째 관객군에게 주제에 관한 해제를 제공하여 모호함을 덜고, 세 번째 관객군에 자본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여 위안을 삼고자 함이다.시적 영역의 도해 - 현실과 환상영화는 세 가지 엔딩을 통하여 현실과 환상이 관계맺는 세 가지 방식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위한 변명 혹은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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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한극장과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GV가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 대학,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조사한 국가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NCSI) 조사의 영화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서울시내 8개 극장의 이용객 2천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극장은 100점 만점에 나란히 76점을 받았다. 대한극장은 ‘유지율’ 분야에서, CGV는 ‘고객들의 기대수준’ 항목에서 각각 79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3위는 73점을 받은 메가박스가 차지했으며 72점을 받은 명보프라자가 4위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조사된 8개 극장 중 지난 2001년부터 2년 연속 조사에 참여한 7개 극장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4.1점씩 높은 점수를 받아 극장의 서비스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대한극장ㆍCGV 고객만족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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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 FMI㈜ (공동대표 박준선. 문진호)는 플레너스의 영화사업 본부인 시네마서비스(대표 김정상)와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FMI는 4일 VOD 전문 사이트 무비스(www.movies.co.kr)를 개설하고 DVD 급의 고화질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유료로 서비스한다. 무비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영화는 <공공의 적>, <화산고> 등 시네마서비스가 배급권을 갖고 있는 20편을 비롯해 국내외 영화 80여편으로 요금은 편당 1천500~2천원이다.
(서울=연합뉴스)
FMI-플레너스, 영화 VOD 계약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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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섬딩> 이후 햇수로 꼽아 4년만이다. ‘흥행 보증수표’치고 ‘휴지기’가 엄청나게 길었다. 한석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바로 그가 내년 1월 개봉될 영화 <이중간첩>에서 남과 북의 ‘이중간첩’ 림병호로 스크린에 복귀한다.지난 2일 새벽(한국시각) 체코공화국 프라하 시내의 한 호텔 식당. 까칫까칫 수염이 돋고 조금 야윈 얼굴의 한석규(38)씨가 김현정(29) 감독과 함께 나타났다. “이곳 프라하에 500년 된 맥주집이 있다던데요, 저는 술을 못하지만.” 이 활달한 설레발은 이 영화로 데뷔하는 새내기 감독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인 듯했다(김 감독은 이날 ‘긴장한 듯’ 말수가 참 적었다).위장귀순 남파간첩 림병호는 1980년대 북한 대남밀봉교육초대소 최우수 요원이었고, 남쪽에선 정보기관 요원으로 일하다가, 결국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으로 도망가는 인물이다.한씨를 포함해 <이중간첩> 제작·출연진이 프라하를 찾은 것은 1주일 일정으로 영화의 도입부, 곧
한석규 새영화 <이중간첩> 체코 촬영현장 - “해볼만한 작품 3년만에 낙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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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소설 <아버지와 아들>에는 살부계라고 하는 은밀한 품앗이계에 관한 이야기 나온다. 공산주의자인 아들들이 친일 행위로 축재를 한 아비를 용서하지 못하고 품앗이로 타인의 아비를 죽여주고 누대의 죄를 씻으려는 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굳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운운하지 않아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지구상 어디에서도 비슷한 숙명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그늘에 평생 뼈를 묻을 줄 알았더니, 어느 날 뒤돌아보면 아버지라는 큰 산이 자그마한 동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착시현상.1998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직후 샘 멘데스는 리처드 피어스와 막스 앨런 콜린스 원작의 그래픽 노블, <로드 투 퍼디션>에서 유사 이래로 반복되어온 가장 오래된 인간관계인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 다루기로 마음먹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바랐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종교적인 색채를 띤 이채로운 장르영화를 만들고
갱스터와 로드 무비의 장중한 결합,<로드 투 퍼디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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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살인은 살인일 뿐이다. <대부>가 맥없이 고개를 떨구며 세상을 하직하는 불행한 마초의 초상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반면, <로드 투 퍼디션>의 설리반은 아들의 새 삶을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치려는 아버지로 죽어간다. 냉정한 시선으로 공황기의 갱들을 재단하는 영화는 복수와 질투, 미움과 용서 같은 펄펄 끓는 감정들을 식혀서 역사상 가장 차가운 갱스터의 공식을 만들어내었다. 그렇다면 영화 <대부>의 아들 알 파치노와 <로드 투 퍼디션>의 아들 이름이 모두 마이클인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기관총을 든 카인과 아벨샘 멘데스는 <로드 투 퍼디션>의 연출의 변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과연 선한 사람도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가?’라는 거대한 의문부호를 그려넣고 싶었다고 한다. 소년 마이클에게 죽음의 목격이 정신적인 성장의 첫 단추를 푸는 것이었다면, 아버지 마이클에게 그것은 생존의 기로에서 지옥으로의 먼 여행을 뜻하는 것
갱스터와 로드 무비의 장중한 결합,<로드 투 퍼디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