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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럽고 예민한 난니 모레티는 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 배급, 상영까지 혼자서 해내는 1인제작 시스템으로도 이름 높다.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영화계가 할리우드영화 개방문제로 흥분해 있을 때, 모레티는 아예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1인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1987년 친구인 제작자 안젤로 바르바갈로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의 이름을 따 사케르필름을 차려 제작자를 겸하기 시작했다.1991년에는 로마의 관광명소 트라스테베레에 360석 규모의 영화관 ‘누오보 사케르’를 개관했다(그는 영화와 관련있는 사업체는 모두 사케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관 안에는 조그마한 서점, 음료수를 파는 바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영화를 더빙하는데, 이 영화관에선 1주일에 한번 자막을 삽입, 원어상영을 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누오보 사케르에선 할리우드영화를 전혀 상영하지 않는다.1996년엔 배급업에도 진출한다. 첫 대상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클로즈 업>이
초콜릿 케이크를 든 독불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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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2001년/ 85분국내 개봉된 동화 같은 판타지영화 <가베>를 만든 모흐센 마흐말바프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충격적이다. <칸다하르>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지뢰로 죽어가는 처참한 현장을 다큐멘터리처럼 엮어내고 있다.정치적 목소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에도 주제는 선명하고, 전개를 예측하기 곤란한 픽션으로서의 재미 속에 낯선 이국 풍경을 재치있게 잡아내고 있다. 내전중에 탈출해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의 저널리스트 나파스는 절망스런 편지 한통을 받는다. 거기에는 다가오는 개기일식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여동생의 소식이 담겼다. 나파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예전에 탈출했던 길로 다시 들어갈 결심을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국경지역에 자리한 피난민 캠프를 가로지르는 길이었다.영화는 그 길에서 시작되고, 나파스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고통의 현장들이 영화의
칸다하르 Kanda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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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운 신동 76년 장편데뷔작 <나는 자급자족한다>를 발표하기 전 그도 영화수업을 받기 위해 수많은 감독들에게 조감독 자리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로마의 국립영화제작학교인 첸트로스페리멘탈레에 입학하려 했지만 대학학위가 없어 이도 불가능했다. 영화광 출신 감독들이 그렇듯 모레티도 결국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며 감독수업을 한 게 전부다.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자신의 슈퍼8컬러 카메라로 연기와 촬영실습을 했고, 바로 그 과정을 영화로 찍었는데 이게 데뷔작이 됐다. ‘작품 속 작품’ 혹은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모레티가 즐겨 사용하는 복합구조는 데뷔작에서부터 발견된다.그는 60년대 이탈리아 작가감독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영화에 빠지기 시작했다. 파졸리니, 베르톨루치, 마르코 페레리, 마르코 벨로키오 등 이탈리아 감독들과 브뉘엘, 베리만 등을 특히 좋아했으며, 앤디 워홀의 영화에도 심취했었다고 말한다. 무성영화 중에서는 에이젠슈테인과 버스터 키튼의 작품을 즐
“싸움은 이제 그만 난 철학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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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앵글 부문에 출품된 한국 단편은 모두 15편. 35mm의 전례없는 강세가 눈길을 끈다.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만 해도 <순간 접착제>(이석훈), <승부>(허종호), <노을 소리>(홍두현), <이른 여름, 슈퍼맨>(유상곤), <샴 하드로맨스>(김정구) 등 여럿이다.<순간접착제>는 잇단 국제 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의 감독 이석훈의 새로운 단편으로, 지하철 장물아비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 영화제에 <뉴스 데스크>란 단편을 진출시킨 바 있는 허종호는 <승부>에서 권투 경기장에서 맞붙은 두 선수의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삶에 주목한다.귀머거리 소년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고 있는 <노을소리>는 지난 5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단편부문에 초청되면서 홍두현 감독의 이름을 세간에 알린 작품.이 밖에 단편 영화계에서는 이미 거장의 자리를 굳힌
와이드앵글 단편경쟁부문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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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네마|러시아|알렉산드르 소쿠로프|2001년|90분혁명으로 20세기를 열었던 거인의 최후는 어떤 것이었을까? 타르코프스키의 전통을 이어받은 러시아의 영상시인 소쿠로프의 이번 영화는 레닌이 병으로 고통받던 시기를 꿈결같은 화면에 담고 있다.다른 소쿠로프 영화와 마찬가지로 <토러스> 역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작품이다. 그는 영웅도 독재자도 혁명가도 아닌 늙고 병든 인간 레닌의 초상을 자신의 색채로 그린다. 영화마다 경탄할 만한 경지의 촬영 스타일을 선보인 그는 <토러스>에서도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화면을 만들어냈다.<토러스>는 소쿠로프가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만들기로 한 4부작 중 2번째 영화다. 히틀러를 그린 <몰로흐>는 1999년 공개됐고 앞으로 나올 2편은 히로히토 일본 천황과 괴테가 주인공이다. 만일 소쿠로프의 <어머니와 아들>을 힘들게 본 사람이라면 <토러스>는 더욱 힘들, 너무나 소쿠로프적
토러스 Tau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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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을 처음 본 날 나는 약간 당황했다. 먼저 ‘삐딱이’ 난니 모레티 감독이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정서를 고전적인 구조 속에 간단하게 풀어낸 솜씨에 놀랐고, 동시에 왜 그가 자기 특유의 스타일과 거리가 먼 미학적 변신을 했을까 하는 의문에 뾰족한 즉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죽음-가족의 고통-고통의 정화라는 보기에 따라서는 진부할 수 있는 고전적 이야기 구조와 눈물을 자극하는 배우들의 열연 등 할리우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매끄러운 영화가 <아들의 방>이다. 물론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그런데 모레티는 공식화된 이야기 구조를 부수는 실험정신, 당대의 사회문제를 물어뜯는 리얼리스트적 행보로 자신의 경력을 쌓은 감독이다. 영화형식에 대한 쉼없는 도전과 사회를 비판하는 불 같은 정열은 모레티 코미디의 큰 매력이다. 따라서 <아들의 방>은 모레티 특유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에겐 실망을 줄 수도
“싸움은 이제 그만 난 철학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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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대만|차이밍량|2001년|116분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에 관한 이야기에 있어서 차이밍량은 독보적 경지에 오른 작가이다. <거기는 지금 몇시니?>가 주목하는 것도 역시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들.차이밍량은 브레송을 연상시키는 자연주의적 묘사로 안식처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강생이 연기하는 주인공 샤오강은 타이베이 거리에서 시계를 파는 젊은이. 아버지가 죽고 며칠 뒤 그는 파리로 떠날 예정인 젊은 여자에게 시계를 판다. 여자가 파리로 가버린 뒤 샤오강에겐 이상한 버릇이 생긴다. 눈에 보이는 시계란 시계를 몽땅 파리 시각으로 바꿔놓는 일이다.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자신과 이강생 아버지의 죽음이라고 말한다. 영화제 참석차 비행기를 탔을 때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강생의 표정에서 이번 영화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은 처음과 끝, 단 두 장면이다.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지독히도 쓸쓸하고 외로운 샤오강과 그의
거기는 지금 몇시니? What Time Is I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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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시네마|미국|데이비드 린치|2001년|146분<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와 함께 칸영화제 감독상을 공동수상한 데이비드 린치의 신작은 미녀와 섹스파티와 살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악몽이다.제목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인 LA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급 주택가의 한적한 도로. 그곳을 지나는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검은 머리 미인은 살해되기 직전이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들이받는 바람에 리무진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언덕 아래 집에 몸을 숨긴다.자동차 사고로 기억을 잃은 그녀는 이 집에서 만난 금발의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사라진 기억을 찾아나선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블루벨벳> <트윈픽스> <로스트 하이웨이>로 이어지는 린치의 스타일이 뚜렷한 작품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가 뒤틀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플롯, 붉은 커튼 뒤의 악마, 텅 빈 객석을 향해 흘러나오는 복고풍의 노래 등은 린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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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철<나쁜 남자> 김기덕의 신작.<멀홀랜드 드라이브> 린치의 섹시한 악몽.<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百聞而不如一見.<스위트 무비> 에로틱한, 에로틱한.<피아니스트> 충격적인, 충격적인.최수임<리스본행 노란색 시트로엥> 올 여름에 리스본에 갈 뻔했다. 로드무비인데다가 제목도 멋지다.<스위트 무비> 7년 전 는 내게 충격이었다. 마카베예프를 다시 한번.<우양의 간계> 헬렌 리, 그녀의 <샐리의 애교점>을 본 사람이라면….<초급 이태리어 강습> 도그마!<사랑의 찬가> 고다르!백은하<릴리 슈슈의 모든 것> 소품이라도 이와이 순지 영화는 늘 나를 궁금함에 잠 못 들게 한다.<흑수선> 배창호 감독의 저력, 그의 재기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할리우드 홍콩> 반환 뒤, 프루트 챈은 홍콩을 안에서 볼까, 밖에서 볼까?<초급 이태리어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씨네21 기자들의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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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의 신작 <흑수선>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극장 개봉에 앞서 관객과 만난다. <흑수선>은 `배창호 감독이 대형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80년대 최고의 흥행감독에서 90년대 말 고독한 작가주의의 길로 돌아섰던 배창호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40억원 규모의 미스터리 액션물은 어떤 작품일까. <흑수선>은 연쇄살인사건의 내막에 한국전의 상흔을 숨겨놓고 있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다 발견한 남로당 스파이 흑수선의 해묵은 일기장은 적잖은 단서를 제시하지만, 흑수선의 옛 연인인 비전향 장기수, 그들을 배반하고 탈출해 일본으로 건너간 사업가 사이에서, 형사는 혼란스러워진다.‘누가 진범이냐’를 추적해가는 미스터리스릴러의 골격에, 강도 높은 액션과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촘촘히 들어차 있다. 한상준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흑수선>을 “미스터리 구조를 토대로 역사적 사건과 사랑 이야기를 대중영화의 문법으로 교차시켜가면
개막작 <흑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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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월동 준비`를 못한 것 같아 자꾸 불안하고 초조하십니까.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다 `그 밥에 그 나물`인 것 같아서 지겨우십니까. 혹시 코끝에서 해운대 바닷 내음과 꼼장어 냄새가 묻어난다거나, 남포동 극장 거리를 배회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고 계십니까.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부산국제영화제 ‘금단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한달이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11월9일부터 17일까지 부산을 찾아주시면 좀더 다양하고 풍성해진 메뉴로 당신의 허기를 달래드리겠습니다.부산국제영화제가 여섯 번째 초대장을 보내왔다. 언제나처럼 거부하기 힘든 유혹. 올해는 장 뤽 고다르, 허우샤오시엔, 장이모, 이마무라 쇼헤이 등 위대한 거장들의 신작, 그리고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동서양 신예들의 놀라운 데뷔작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역대 최다인 60개국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칠레, 우루과이
[특집]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 따라 부산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