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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다락논
학창 시절,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글귀가 담긴 시를 펜으로 적어서 따로 가지고 다닌 적이 있다. 국어선생님 말씀이나 참고서의 해설이 아니더라도 이 말은 너무 멋졌다. 요즘 누군가가 내게 왜 사냐고 묻는다면 답은 역시 ‘웃지요’다. 이번엔 소녀 시절 특유의 도도한 몽환성 대신, 헷갈리거나 별 생각없으면서도 뭔가 있어 보이지 않으면 안 될 듯하여 어색하게
글: 김소희 │
200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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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꿀벌과 곰
근년에 종종 누리는 쏠쏠한 재미 하나가 있는데, TV드라마나 CF, 연극에 나온 새 얼굴 중에서 ‘찜’했던 이들이 뒤에 유명스타나 역량있는 배우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일이다. 이런 경험이 시작된 것은 유오성씨가 나온 연극을 볼 때였다. 꽤 오래전 일로, 대학로의 어느 소극장이었던 것 같다. 마치 생고무로 만든 공이 마루 위에서 튀듯이, 온몸 가득 충전된 기
글: 김소희 │
200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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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신념의 이면
이번주 <씨네21>에는 강한 남성들의 기가 흐른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순전히 영화를 통해서 아시아적인 의협에 매료되었다는데, 그가 만든 <킬 빌>은 마치 젓가락을 들고 현란한 손놀림을 하는 서양인을 보는 듯이 익숙하고도 낯선 느낌을 준다. 더구나 한점의 망설임도 없이 잔혹한 복수의 풍경을 나열해가는 기세는, 이런 유의 영화에 익숙
글: 김소희 │
200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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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친구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보는 눈이 입체적으로 된다는 말과 통할 성싶다. 내가 속한 세대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십대까지는 대부분 사물을 파편적인 지식으로 분절하는 법을 암기했고, 20대는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시선을 충격적으로 접하는 반역의 시기였으며, 그것조차도 단지 가능한 하나의 시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갈 무렵 우리의 청춘도 막을 내렸던 것 같다.그
글: 김소희 │
200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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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구두 아저씨
옛날에도 이랬을까. 우리 시대는 빠르고 복잡하다. 생각해야 할 것은 늘 너무 많고 몸의 에너지도 종종 바닥을 친다. 신경줄과 근육이 마침내 늘어져버렸을 때,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이다.사무실 근처 골목 귀퉁이에 자리잡은 구두 센터 아저씨를 생각하고 있다. 아저씨네 가게를 멋지게 말하기 위해 센터라고 이름 붙여보지만, 실은 한 사람이 들어가
글: 김소희 │
2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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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반복
“한국은 베트남의 친구.” 지난주 <씨네21>에 실린 한쪽짜리 기사 제목이다. 어린이 글짓기나 관광공사 홍보문구에 등장함직한 이 순박한 표현에 담긴 내력인즉 이렇다.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베트남의 존경받는 지식인 중 한명인 반레 감독은 한국을 정말 싫어했지만, ‘미안해요 베트남’ 캠페인을 주도한 구수정씨를 알게 된 뒤 서서히 마음을 돌이켜 이제는
글: 김소희 │
200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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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상상력의 경쟁
이번주 <씨네21> 특집 기사는 영화와 TV쪽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사극의 변화를 관찰했다. 필자들은 MBC의 <다모>와 <대장금>, 지금 극장에 걸려 있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황산벌>을 대표 사례로 들고 그 정황을 진단했는데 공감하는 바가 크다.이 현상은 여러 가지로 음미할 만한데, 우선
글: 김소희 │
200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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